31일차 21.05.2017 +43km 오늘 799키로미터의 까미노를 끝냈다. 동행들과의 약속 때문에 비밀로 하고 갔다가 다시 고조라는 마을에 돌아와 내일 4km를 더 갈 것이다. 13km를 앞에 두고 갑자기 다시 정강이 근육이 아팠는데, 문득 그 순간 오늘 산티아고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 그게 대체 뭐라고 내가 이 고생을 해 가며 이 길을 걷고 있는지 마지막인데 다시금 의문이 든 것이다. 오기였다. 이미 다른 친구들보다 십몇키로정도 앞서 있기도 했고, 4키로미터 정도야 걸어서 왕복해도 두시간이면 왔다갔다 할 수 있을 것 같았다. 연식이를 꼬셔서 함께 갔다. 아픈 정강이 때문에 절며 걷느라 무릎 연골도 아팠고, 발바닥 물집살을 당최 찾을 수 없는 작은 돌멩이가 자꾸 찔렀고, 이미 사십키로 가까이 걸은 상태라 어깨도 너무 무거웠지만, 그것들보다는 이제 끝이 난다는 싱숭생숭한 마음이 내 발걸음을 자꾸만 무겁게 만들었다. 일부러 사진도 많이 찍고, 쉬지 않을 타이밍에 쉬기도 하고, 그러다가 다시 바쁜 걸음으로 앞으로 나아갔다. 마지막 1km를 앞에 두고 드디어 성당이 보이기 시작했다. 뭔가 알 수 없는 벅참이 떠올랐다. 아름다웠다. 유럽이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거리 위로 고딕 풍의 탑이 뾰족히 모습을 드러냈다. 이 성당을 실제로 보기 위해 난 까미노를 준비하는 동안에도, 까미노를 하는 중에도 사진이나 그림을 일부러 보지 않았었다. 가까워지는 게 느껴지며 그러나 막상 성당 앞 광장에 도착해서 그 웅장한 자태를 바라볼 때 내가 생각했던 감동이나 희열은 없었다. 어떤 사람은 울기도 하고, 엎드려서 기도를 드리기도 하고, 환호성을 지르기도 한다는데 나는 그냥 그저 그런 느낌이었다.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. 까미노의 진정한 의미는, 이 길의 매력은 산티아고 대성당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, 즉 길을 걸으며 본 풍경, 만난 사람들, 수많은 경험들과 추억들에 있다고.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 중요하다는 말을 다 알 것이다. 그걸 다 알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는 과정보단 결과를 더 중시한다. 책을 볼 때도 영화를 볼 때도 드라마를 볼 때도 결말에 대한 평가로 작품성을 나누곤 하고, 사람에 대한 평가도 그 사람이 이룬 업적이나 지위, 심지어 연봉에 따라서도 달라진다. 어떻게 거기까지 이르렀는지에 대한 것은 차후의 일이 된다. 그러나 어떤 작품이든지 그 결말을 이루게 한 과정이 분명히 존재하고, 그 과정을 반드시 알아야만 결과를 오롯이 이해할 수 있다. 어떤 사람이든지 그에 걸맞는 처신을 어떻게 해왔는지 알아야만 그 사람의 평가에 대한 납득을 할 수 있다. 과정 속에 재미가 있고 행복이 있다는 것을 새삼스럽게 깨우친다. 앞으로 내가 지금 걸어갈 길이 어디로 항할지 어디로 날 데려갈진 모르지만, 행복한 게 제일 중요하다. 까미노는 인생과 비슷하다. 일기예보를 보며 그 날 날씨에 대한 대비를 해도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지기도 하고, 오르막이 있으면 평지나 내리막이 있기도 하다. 땡볕에 참기 어려운 갈증을 느낄 때 쯤이면 그늘과 약수터가 나오기도 하고, 그러면서 사소한 것에 대한 감사함도 배운다.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반갑게 인사하기도 하고, 그 중에 몇 명과 함께 깊은 인연을 맺기도 한다. 텅빈 하늘과 드넓은 평지에 끝없이 이어진 길을 혼자 걸을 때면 외로움을 느끼다가도, 새가 지저귀는 소리, 벌레가 우는 소리, 길가에 핀 꽃 한송이와 산들바람 하나에도 기분이 좋아진다. 정말 나만의 인생을 걷고 있는 듯한 황홀함이다. 그 모든 과정들이 너무 힘겨운 경험들이었고 동시에 소중한 추억들이다. 아마 모든 여정이 끝나고 현실 안에서 미래를 꿈꾸며 살아갈 때면 더 그리워지겠지. 미래를 생각하지만 걱정하지는 않고,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는 나의 길을. 나는 2박을 지내고 다시 세상의 끝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. 이미 타투에는 1,000km라고 새겼지만... 마지막 길까지, 그 과정까지 꼭 더 소중한 추억이 생길 수 있길 기도한다. 인생도 하나의 과정이고, 내 비석에 새길 마침표를 아름답게 찍기 위해서 과정을 아름답게 꾸며갈 것이다. Camino is life Buen Camino

5/23/2017 2:10:06 AM 1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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5/23/2017 2:13:28 AM 0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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